추억의 봉숭아 물들이기 (feat. 딸)
문득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어릴 적 언니와 함께 봉숭아 물을 들였던 생각도 나고, 딸에게도 추억하나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시골에 핀 봉숭아 꽃을 준비해 주라고 어머니께 부탁했습니다. 아쉽게 꽃이 많이 안피었더라고요. 하지만 봉숭아 잎으로도 충분히 물은 들여지니 꽃 조금, 잎 많이 해서 봉숭아 물을 들여 봤어요. 오히려 봉숭아 꽃잎보다는 녹색 잎에 염료 성분이 더 많아 물이 잘 들여집니다.
준비물은 봉숭아 잎과 꽃잎, 비닐, 실, 절구통, 그리고 백반(또는 명반)을 준비 했습니다. 백반은 1000원 주고 약국에서 구매했습니다. 백반은 매염제 역할을 해서 염색 성분이 물질 표면에 잘 달라붙게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봉숭아만으로는 염색 성분이 손톱에 잘 달라붙지 않기 때문에 백반을 넣어줍니다. 백반이 없다면 소금으로 대신해도 괜찮습니다.
백반은 아주 조금 넣어야 합니다. 백반을 많이 넣게 되면 손가락이 까맣게 물들어 보기 안좋습니다. 저도 나중에 하고 보니 며칠 지나서 손톱 주변의 살이 까맣게 되더라고요. 그제야 '아 백반을 너무 많이 넣었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넓적한 돌위에 봉숭아를 두고 조그만 돌로 봉숭아를 찧었는데, 요즘엔 마땅한 돌 찾기가 힘드니 마늘 찧는 절구통을 이용했습니다. 백만은 두 꼬집 정도 넣어주고 잘게 빻아줍니다.
빻은 봉숭아를 손톱에 올리고 비닐로 감싸서 실로 고정합니다. 실을 너무 꽉 묶으면 피가 안 통해 아프거나 간지러울 수 있으니 살살 묶어 줍니다. 하는 중에 아이가 가만있기 힘들어했습니다. 저 또한 조그만 손에 봉숭아 올리고 고정하는 작업이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손에 봉숭아 물을 들인 채로 활동하기 힘드니 자기전에 해주었어요. 저희 딸은 잠꼬대 심해서 2개 손가락의 봉숭아가 빠졌어요. 보통 5~7시간 정도 후면 물이 예쁘게 들여집니다. 저희는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해서 10시간 정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찐하고 예쁘게 잘 나왔습니다.
그런데 저희 딸은 보자마자 표정이 안좋더라고요. '봉숭아 물 안 지워지냐고', '언제 지워지냐고'만 물었어요. '이거 안 지워지는 거야' 했더니 실망스러운 표정이었습니다. 딸은 손톱 말고 주변 살에 빨갛게 물든 것이 싫었던 거죠. 그제야 '그거는 1~2주 지나면 없어진단다' 하고 설명해 주었어요.
뜻밖에 딸 표정이 안좋아서 당황했습니다. 저는 손가락에 물든 느낌이 좋아서 오래갔으면 했었었는데. 딸은 자기가 생각했던 것은 손톱만 빨갛게 될 줄 알았던 거죠. 그럴 수 있어 :D
요즘엔 봉숭아를 보기가 힘들지만, 어릴적 봉숭아는 우리 생활 속에 흔하고 친숙한 꽃이었어요. 봉숭아 열매가 익으면 손으로 톡 터트리며 놀기도 하고, 소꿉놀이한다고 봉숭아 따다가 밥 짓기도 하고,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여름 다 가기전에 '추억의 봉숭아 물들이기' 한번 해 보세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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